모든 학문에는 나름의 용어와 사고방식이 있다. 수학에는 공리, 적분, 벡터공간공간과 같은 전문 용어가 있고 심리학에서는 자아, 초자아, 인지부조화와 같은 용어가 있으며, 또한 법률가들은 관할지, 불법행위, 금반언어의 원칙 등과 같은 전문 용어를 사용한다.
경제학도 마찬가지다. 수요, 공급, 탄력성, 비교우위, 소비자잉여, 경제적 순손실 등이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이다. 처음에는 이런 용어들이 필요 이상으로 난해하다고 느껴질지 모르지만, 전문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대해 새롭고 유용한 시각을 얻을 수 있다.
경제학의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경제학자들이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살펴보는 것이 경제학적 사고를 배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 장에서는 경제학의 방법론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즉 경제학자들이 문제를 대하는 방식은 어떻게 다른지, 경제학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등에 대해서 살펴볼 것이다.
1. 과학자로서 경제학자
경제학자들도 과학적인 객관성을 가지고 경제 문제를 연구한다. 경제학자들이 경제현상을 연구하는 것은 물리학자들이 물질을 연구하고, 생물학자들이 생명체를 연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경제학자들도 먼저 이론을 만들고, 자료를 수집 및 분석하여 그 이론이 맞는지 검증한다.
경제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경제학이 과학이라는 말이 다소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물론 경제학자들이 시험관이나 망원경을 가지고 연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학의 핵심은 이 세상에 어떻게 되어 있는지에 대한 엄정한 관찰과 검증 즉 과학적 방법론이다. 이런 방법론은 지구 중력에 대한 연구나 생명체의 진화에 대한 연구, 나라 경제에 대한 연구 등에 모두 적용된다. 아인슈타인에 말에 따르면 과학이란 일상에 생활을 정밀하게 가다듬은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물리학과 같은 자연과학은 물론 경제학과 같은 사회과학에도 과학이라는 말은 성립한다.
17세기에 유명한 과학자이자 수학자 뉴턴은 어느 날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흥미를 느껴 두 물체 간에 적용되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후 실험을 통해 뉴턴의 뉴턴의 법칙은 사과가 떨어지는 현상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에 성립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뉴턴의 이론은 관찰된 현상을 너무나 잘 설명했기 때문에 오늘날 전 세계의 물리학과에서 이 이론을 가르치고 있다.
관찰된 현상과 이론의 이러한 관계는 경제학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어느 경제학자가 사는 나라에서 물가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그는 이런 관찰을 토대로 인플레이션에 관한 이론을 만들기로 했다고 하자. 그리고 인플레이션은 정부가 너무 많은 돈을 발행해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고 하자. 이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경제학자는 다른 여러 나라의 물가와 통화량 자료를 수집해서 분석해야 한다. 통화량의 증가가 물가상승률과 전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면, 그는 인플레이션 이론의 유효성을 의심해야 할 것이다. 반면 국가 간 비교를 통해 통화량 증가와 물가 상승률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 그는 자신의 이론을 더욱 확신할 것이다.
경제학자들도 다른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론과 관찰에 의존하지만 경제학에서는 실험이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물리학에서는 중력현상을 연구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여러 종류의 물건을 떨어뜨려보면서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이에 반해 경제학자들은 단지 인플레이션에 관한 자료를 얻기 위해 한나라에 통화 정책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경제학자들은 천문학자나 생물 진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처럼 우연히 만들어지는 현상과 자료에 의존하여 연구할 수밖에 없다.
경제학 연구는 실험실에서 실험할 수 없기 때문에 역사적 경험을 통해 얻는 자료에 크게 의존한다. 중동전쟁이 발발하여 원유 공급이 중단되면 전 세계적으로 석유 가격이 폭등한다. 이렇게 되면 석유나 석유제품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은 소비자들의 생활수준이 낮아진다. 정책담당자들은 최선의 대응책을 찾기 위한 어려운 선택에 직면한다. 그러나 이런 사건은 경제학자들에게 주요 천연자원 가격의 변화가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며, 전쟁이 끝나 원유 가격이 정상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이 좋은 기회는 상당 기간 지속된다.
여러분이 물리학자에게 10층 건물 꼭대기에서 떨어진 조약돌이 땅에 닿는 데 얼마나 걸릴지 물어본다면, 조약돌이 진공상태에서 떨어진다는 가정하에 답변할 것이다. 물론 이 가정은 틀린 가정이다. 건물 주위에는 공기가 존재하므로 조약돌의 낙하 속도는 공기와 마찰로 인해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기와 마찰에 따른 효과는 무시해도 될 만큼 작은 것이므로 진공상태에서 조약돌이 떨어진다고 가정함으로써 결과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문제를 매우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경제학자들도 같은 이유로 가정을 사용한다. 가정은 복잡한 세상을 단순화해서 문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예를 들어 국제무역의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세상에 두 나라와 두 재화만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경우를 보자. 물론 세상에는 훨씬 많은 국가와 수천 가지 재화가 존재한다. 그러나 두 국가와 두 재화의 가정을 통해 우리는 문제의 핵심을 보다 명확하게 분석할 수 있으며, 이 가상세계에서 국가 간 무역을 이해한 뒤에 이를 이용하여 복잡한 현실세계에서 국제무역 현상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과학적 사고의 요령은 그것이 물리학이든, 생물학이든, 경제학이든 어떤 가정을 사용하는가에 달렸다. 따라서 경제학에서도 문제에 따라 각기 다른 종류의 가정을 사용한다. 정부가 통화량을 줄이면 어떤 효과가 나타날지 연구한다고 하자. 이 경우에는 물가가 미치는 효과가 중요 관심사가 될 것이다. 가판대에서 파는 주간지의 가격이 몇 년에 한 번씩 변하는 것과 같이 경제 내에 많은 가격도 그다지 자주 변하지는 않는다. 이 사실에서 통화량 변화에 효과를 분석할 때 얼마 후의 효과를 분석하는가에 따라 각각 다른 가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단기적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가격이 그다지 많이 변하지 않거나 아주 극단적으로 가격이 전혀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모든 가격이 완전히 자유롭게 움직인다고 가정해야 한다. 즉 경제학에서도 통화량의 변화를 장기 효과와 단기 효과로 분석하기 위해 각기 다른 가정을 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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